posted by 늘 기쁜콩 2019. 7. 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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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두아르 마네, 폴리베르제르 바, 1882

1876년, 44세 마네는 성병인 임질에 걸리고 만다. 의사가 관절염으로 오진하는 바람에 병세가 계속 악화되었고, 다리부터 시작된 마비 증상은 온몸으로 퍼져 결국 51세의 나이로 사망한다.

심각한 근육통과 마비 증세로 심신이 모두 피폐해진 마네는 사망하기 1년 전, '마지막 수수께끼'를 담은 최후의 걸작 <폴리베르제르 바>를 완성시킨다. 마네는 당시 인기 있던 술집 폴리베르제르의 풍경을 그렸다.

이 술집에서는 음주뿐만 아니라 춤을 추고 서커스 공연까지 즐길 수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매춘과 불륜의 장소이기도 했다. 마네는 이 그림에서도 동싣의 생활상을 그리고, 원근과 명암을 무시하고 있다. 그럼 그가 <폴리베르제르 바>에만 숨겨놓은 마지막 수수께끼는 무엇일까?

그림을 잘 살펴보자. 뭔가 이상하지 않나? 전경의 바텐더 여성의 뒷모습이 배경에 비치고 있다. 배경은 뚫려 있는 공간이 아니라 거울이다. 마네는 거울 앞에 서 있는 여인을 그린 것이다. 그래도 부자연스럽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여인을 정면에서 보고 그렸다면, 거울에 비친 여인의 뒷모습은 여인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텐데, 이 그림에서는 거울 우측에 여인의 뒷모습이 그려져 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장면이다. 

병마에 시달려서 쇠약해진 마네의 실수로 봐야할까? 그렇지 않다. 마네는 '두 개의 시점'을 하나의 그림 안에 넣은 것이다. 즉, 전경을 그린 시점과 배경을 그린 시점이 다른 것이다. 전겨경은 정면에서, 배경은 좌측으로 약 45도 이동한 시점에서 본 것을 그린 거라고 할 수 있다. 

<폴리베르제르 바> 이전의 모든 회화는 '단 하나의 시점'만을 적용했다. 그 시점은 보통 그림의 정중앙으로 이것은 너무도 당연해 아무도 의심치 않는 것이다. 하지만 마네는 이 고정관념을 파괴한다. 한 장의 그림에 단일시점이 아닌 복수시점을 적용할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이와와 유사한 생각을 한 세잔은 '두 개 이상의 시점'을 하나의 그림 속에 당당히 집어넣는다. 그래서 세잔이 그린 과를 보면 테이블 위에 굴러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것이다. 또 이 세잔의 사과를 본 피카소는 수십 수백 개의 시점을 하나의 그림 속에 집어넣는다. 그렇게 '입체주의'라는 것이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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