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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 말하는 삶

'셀카'는 진짜 내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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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 '자화상'(1628)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얼짱' 각도로 찍고 많은 필터들을 사용하여, '셀카'로 사진을 찍으며 내가 만족하는 얼굴은 정말 내 얼굴일까?

남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근사하게 보여 주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지만 때로는 현실 그대로의 모습이 더 멋질 수가 있다. 17세기 최고의 초상화가였던 렘브란트Rembrand:Hamenszoon wan Fijn, 1606~1669 도 같은 고민을 했다.

 

렘브란트 '툴프박사의 해부학 강의'(1632) 마우리츠하이스왕립미술관

 

렘브란트는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대표적인 화가이다. 26세에 그린 '툴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로 호평을 받은 그는 10여 년간 초상화가로 부와 명예를 누리며 전성기를 보낸다. 렘브란트는 고객들의 초상화를 지금의 '셀카'처럼 근사한 모습으로 그려주었다.

 

그러나 렘브란트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겉모습만 좋게 그리는 그림은 그 사람의 정신과 내면을 담을 수 없다는 고민때문이다. 이러한 고민 끝에 나온 그림이 '야경:프란스 반닝 코크와 빌럼 반 루이텐부르크의 민병대'이다. '야경','야간 순찰' 등으로도 불리는 작품이다.

 

렘브란트 '야경:프란스 반닝 코크와 빌럼 반 루이텐부르크의 민병대'(1642)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야경'은 암스테르담 사수협회가 주문한 단체 초상화인데 시민군으로 구성된 사수협회는 총을 가지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는 부대이다. 단체 초상화를 주문한 의뢰인들은 각장 동일한 비용을 부담하고 자신의 모습이 멋지게 그려질 것로 기대했다. 그러나 완성된 작품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멋지기는커녕 누군지도 모르게 뒤에 서 있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심지어 초상화 의뢰비를 내지 않은 외부인까지도 그렸기 때문이다.

엄청난 항의를 하고, 몇 명은 그림 값도 지불하지않는 사태가 일어난다.

 

렘브란트는 초상화를 그릴 때 겉모습 같은 외적인 요소보다 빛을 이용해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고자 했는데, 대중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정말 안타깝게도 '야경'을 계기로 렘브란트의 명성은 추락하고 만다. 하지만 이 단체 초상화는 몇 년후 '빛 속에 살아 숨 쉬는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으로 극찬받고 '최고의 단체 초상화'로 미술사에 남게 된다.

 

렘브란트는 '야경'을 그릴 당시 아내가 죽고 아들도 그 뒤를 따르면서 엄청난 실의에 빠져 삶의 희망을 잃게 된다.

그 후 작품을 찾는 사람도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며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그래도 화가로서 그림에 대한 열정은 63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유화, 판화, 드로잉 등 100점 가까이 꾸준히 자화상을 그려서 자화상을 가장 많이 남긴 화가 중 한명이 된다. 

잘 팔리는 초상화가에 주하지 않고 내면의 진정성을 그린 그는 초상화를 통해 삶의 굴곡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었다고 판단할 권리는 화가에게 있다." -렘브란트

 

렘브란트 '자화상'(1659) 워싱턴 국립미술관

 

참고자료 :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박혜성/글담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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